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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생태계 연구보고서

4. 디파이(DeFi) - (3) 디파이(DeFi) 기술 동향 및 전망 - 1

by Toddler_AD 2026. 4. 9.

1. 디파이(DeFi) 기술 동향 및 전망

  • 지금 이 시점에 디파이 서비스가 수면 위로 등장한 것은 어느 정도 필연적인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디파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필요조건 혹은 초기조건이 어느 정도 성숙한 것이다. 그 필요조건이란 1) 탈중앙화 네트워크, 2) 일정 수준 이상의 가상자산 자산 규모(마켓캡) 즉 자산이 형성되고 금융이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의 가상자산 시장 규모, 3)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기술을 이해하고 접근 가능한 커뮤니티의 존재, 4)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 획득으로 구분할 수 있다.
  • 먼저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디파이라는 서비스 영역이 아예 존재할 수 없었다는 측면에서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디파이 등장의 필수조건이다.
  • 두 번째, 디파이는 금융이기 때문에 금융이 작동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 가치가 존재하지 않으면 디파이는 작동할 수 없다. 2017년 메이커다오(MakerDAO)를 필두로 진정한 의미의 디파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한 동안 별 반응이 없었다가 2020년 갑자기 크게 부각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2018년 이후 줄곧 하향세를 그렸던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이 전반적으로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 세 번째, 디파이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어떤 금융 산업보다 높다. 디지털 기술 기반의 금융이 작동하려면 기술을 이해하고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용자층(User pool)이 존재해야 한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이라는 새롭고 낯선 기술에 기반을 둔 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에 UI(User Interface)나 UX(User Experience)가 기존 금융과 다른 전혀 새로운 서비스다. 따라서 이 서비스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층이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그 숫자가 의미 없는 수준으로 미미하다면 디파이 서비스는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런데 2017년 가상자산 폭등과 이후의 폭락과 부침을 거치면서도 가상자산 사용자들은 꾸준히 늘어 2020년 1억 명을 돌파했다. 즉 가상자산 가격이 높은 변동성을 가지는 동안에도 가상자산 산업의 저변은 천천히 확장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사용자 숫자가 증가해 온 것도 디파이 성장의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선소미, 『"전 세계 가상자산 보유 인구, 1억 명 넘어"…케임브리지 대체금융센터 보고서』, 블록인프레스, 2020.9.25., https://blockinpress.com/archives/40118
  • 네 번째 각국 정부와 글로벌 규제 기관들이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현상도 디파이가 등장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다. 만약 2017년 이전과 같이 가상자산 거래 자체가 불법인지 합법인지도 애매하고 가상자산으로 인한 어떤 거래나 수익을 세금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면, 디파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하거나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예컨대 개인투자자의 참여)하는 것 자체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IFRS(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에서 가상자산 회계 처리 방법을 정리 하는 등 최근 2-3년 사이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지면서, 법률적 위험요소 들이 많이 감소하고 또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반 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일정한 조건과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사고팔거나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덜 위험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제반 변화들이 디파이라는 새로운 방법론과 혁신적인 금융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 또한 디파이는 블록체인 상 스마트계약으로 구동되는 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에 실제 블록체인 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개발결과물이 존재한다. 즉 디파이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구축되어 실제 작동하는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결과물 없이 단지 계획만으로 자금을 모으려 시도했던 ICO 광풍 때와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일부라도 결과물이 있는 상태에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시장이 이전 보다는 조금 더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디파이 기술은 가상자산 영역에서 구축되었기에 일반 산업 또는 실물 경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디파이 기술은 디지털 기반 금융 기술, 나아가 향후 거대하게 성장할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 관련 기술과 산업의 첫 단추라는 측면에서 단순히 이 사안을 가상자산 내에서의 사건으로만 간주한다면 시대적 흐름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먼저 디파이 기술이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1) 디파이(DeFi) 기술과 디지털 전환

  •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은 '가치를 가진 디지털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혁명(Blockchain Revolution)』(2017)의 저자인 돈 탭스콧(D.Tapscott) 은 블록체인으로 기존의 인터넷이 '정보의 인터넷(Internet of Information)'에서 '가치의 인터넷(Internet of Value)'으로 발전할 것이라 진단한 바 있다. 가치를 가진 디지털 데이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다룰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향후 10년 사이 '자산의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다.
  • 이미 시장에서는 가치를 가진 것들이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는 중이다. 비트코인으로부터 시작된 가상자산의 등장과 부동산을 토큰화해서 유동화하는 실험을 진행 중(카사코리아)이고, 비록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음악 저작권을 유동화해서 거래하는 디지털화된 음악 저작권 거래시장(뮤직카우)을 열었고, 미술 작품의 소유권을 토큰화해서 공동소유 및 거래하는 모델(아트블록코리아, 마스터웍스, 코카(QoQa), 매세나스 등)도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 블록체인의 탄생으로 전통적인 자산들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이것이 토큰화되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델은 이제 낯설지 않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이 심화되면 가치를 가진 모든 데이터들이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되고, 전환된 디지털
    토큰들이 시장에서 손쉽게 거래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 자산 가치를 가진 것을 디지털 토큰화하여 거래하는 시장이 이제 막 열렸기에, 아직까지 산업의 구체적인 활동들은 주로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이 시장이 조금만 성숙한다면 저작권이나 소유권 기반의 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 등 본격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 다만 실물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론, 이전에는 없었던 생소한 시장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유입시키는 과정, 이와 관련된 새로운 관리 및 규제 방법 등을 정립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금융시장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그런데 순수 디지털로 된 자산을 다루는 가상자산 영역에서는 이미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디파이다. 다른 디지털 자산에 비해 가상자산 기반의 디파이가 먼저 금융시장을 열게 된 이유는,
  • 첫 번째 실물 자산을 디지털로 옮기는 복잡한 작업을 선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며, 두 번째 가상자산 시장에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경향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산 및 화폐 성격을 가진 디지털 데이터의 가치에 마침내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눈을 뜨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디파이에서 현재 실험되고 있는 여러 금융기법과 기술들이 조만간 디지털 부동산, 디지털 저작권, 디지털 소유권 시장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디파이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경험, 기술, 금융기법들이 그대로 실물자산 기반 디지털 자산 시장에 적용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디파이 기술과 시장은 조만간 도래할 거대한 디지털 금융 관련 기술과 시장의 실험장이고, 해당 산업을 선점하려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각축장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 또한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CBDC 발행 관련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안정적이고 신뢰할만한 CBDC 화폐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도전과제이고 풀어야 할 난제들이 너무 많기에 당장은 이 숙제를 푸는 작업에 집중되어 있다.
  • 만약 이 숙제를 풀고 나면 그 이후 작업은 CBDC 거래 과정에 계약을 담는 작업, 자동화된 금융 계약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 프로토콜에 기반을 둔 금융 서비스들을 구축하는 작업, 비트코인과 같은 순수한 디지털 자산 또는 실물 기반 디지털 자산과 CBDC를 연계하는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인데,
  • 디파이는 이미 그러한 작업들을 기술을 통해 진행하고 있기에 향후 CBDC에서 그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디파이를 그저 가상자산 애호 가들의 놀이 정도로 볼 것이 아닌 선도적인 산업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보아야 한다.
  • 디파이는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들이 결합되고 융합되어 작동하게 될 미래 디지털 금융의 모델과 기법과 기술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전장이다. 이 기법과 기술들은 금융 영역만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두어 계약을 처리하는 모든 산업 영역에 적용될 것이다.
  • 또한 현재 디파이 영역에서 발생하는 온갖 사기와 사고들 역시 미래 디지털 금융이 본격화되었을 때 그리고 사회 전체의 디지털 전환이 심화되었을 때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 이런 측면에서 현재 발전 중인 디파이 서비스의 특징, 모델, 관련 기술, 취약점, 사고 유형, 개선 및 대응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은 향후 디지털 자산 및 금융 관련하여 우리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기술을 준비하고 또한 사고나 위험 요소에 대한 방지책 및 건전한 육성 전략 등을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디파이(DeFi) 기술과 금융

  • 블록체인의 기술 원형을 제시한 비트코인이 전 세계 금융 당국과 관계 당국에게 준 충격이 다 마무리되기도 전에,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낸 두 번째 충격파가 다가오고 있다. 그 동안 가상자산 산업이 화려한 불꽃놀이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는 사이,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 산업의 대체 모델로 등장하면서 '탈중앙'이란 의미는 희석되고 블록체인 기술을 산업에 활용 하는 쪽으로 많은 자원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디파이는 블록체인 산업에 다시 금융 모델을 구축하면서 '탈중앙'이 가진 파괴력과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블록체인이 금융에 영향을 미친 1차 충격을 비트코인이라고 한다면, 2차 충격은 디파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비트코인 및 그 뒤를 잇는 암호화폐들의 수량 관리 방법은 대부분 수학적 모델링 을 코드로 구현한 것으로, 법정화폐 시스템과 대비하여 아주 정적인 화폐 시스템의 전형을 제시했다. 이런 이유로 가상자산은 유동성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제대로 된 금융으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런데 디파이는 그 기반 위에서 유동성 창출이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기존 금융에 이전과 다른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비트코인은 '화폐 수량 제한'이라는 기존 법정화폐 시스템에서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방법론으로 기존 법정화폐 시스템에 '공리'와도 같았던 화폐 수량 변동 규칙을 무시함으로써 만들어진 혁신이라면, 디파이는 탈중앙화 네트워크 위에서 금융시장의 로직을 그대로 코드로 구현하여 자동화된 프로토콜로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금융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금융 기술과 산업이 현실화되면서 이 새로운 물결이 미칠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 그리고 이 모든 현상들의 배후에는 탈중앙화 네트워크, 스마트계약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들이 존재한다. 이제 디파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적 장치들이 만들어내는 효과 그리고 향후 전망을 하나씩 살펴보자.

    가) 접근 방법론

  • 디파이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크게 두 개로 양분되어 있다. 하나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된 금융 모델의 등장으로 보는 시각과 다른 하나는 ICO버블과 사기에 이은 2차 버블과 사기성 사업으로 보는 것이다.
  • 첫 번째 시각은 디파이는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및 외부에 공개된 스마트계약 코드를 기반으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투명한 금융, 사전에 약속된 계약에 따라 작동하는 금융, 누구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조건만 만족하면 참여할 수 있는 접근성, 기존의 금융 실행 속도와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처리 속도 등 기존 금융 에서 제공할 수 없었던 장점들에 주목한다.
  • 두 번째 시각은 첫 번째 근거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산업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사건 사고들에 기반을 두어 있다. 의도적인 사기, 의도는 좋았을지 몰라도 기술적으로 구현을 못해 결과적으로 사기가 된 경우, 기술적으로 구현은 했으나 제대로 된 코드를 구현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코드 개발 및 보안 검사(Audit)까지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찾아내지 못한 오류로 발생한 사고, 해커가 서비스의 취약점을 뚫고 자산 탈취한 사례, 아예 남의 기술과 사업 모델을 도용한 무임승차하는 얌체 프로젝트들, 호객행위를 위해 과도한 이익을 내세웠다가 폐업한 사례, 이름만 디파이를 내건 사기 프로젝트 등에 주목한다. 디파이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 불과 수개월 사이에 이 많은 유형의 사건 사고들이 다 있었으니 이 산업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그렇다보니 이더리움의 대부 비탈릭 부테린과 바이낸스의 대표 창펑 자오(Changpeng Zhao)조차 디파이 열풍에 경고를 보낸 바 있다.
  • 그런데 이 많은 사건사고들에 주목하고 이를 비판한다고 디파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열풍이 만들어내는 부작용과는 별개로 기술이 제공하는 본질적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 전체가 디지털 전환하는 시대적 전환기에 있으며 지금의 혼란 속에서 미래 금융 모델들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탁한 시장 환경 속에서 어디선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또 한 번 시장에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현재는 디파이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더리움 메인넷의 한계로 인해 디파이 서비스들이 본격적인 금융 서비스로 발전하는데 지장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더리움 2.0이나 또 다른 메인넷이 나타나 성능 문제를 극복하고 글로벌 금융 업체에 맞먹는 수준의 자산을 다루는 서비스로 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그런 측면에서 단지 사건 사고나 현 단계의 한계점과 취약점에만 주목하여 디파이를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시장 형성 초기에 나타나는 과열과 사건사고, 지저분한 현실에만 치중해서 본다면 디파이라는 기술과 아키텍처가 제공하는 혁신성과 혁명성을 놓칠 위험성이 존재한다. 반면 이상적인 디파이 기술 원형에만 주목하는 경우 실제 시장과 산업에서 벌어지는 위험성과 현실을 간과할 수 있다. 시장의 현실이 기술의 원형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비전을 충분히 깎아내려 의미 없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디파이 기술 원형에 대한 평가와 디파이를 구현한, 혹은 디파이 프로젝트라 주장하는 개별 프로젝트들에 대한 평가를 분리해서 분석하고자 한다.
  • 또한 디파이를 기술적 측면으로 볼 때와 금융적 측면으로 볼 때와 산업적 측면으로 볼 때 각각 평가가 달라진다.
  • 1) 첫 번째 기술적 측면에서 디파이를 보자면, 디파이에 적용되고 시도되고 있는 기술들은 미래 금융 관련 기술들의 맹아, 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성숙한 기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코드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진행함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혼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 하락 등은 충분히 예견되는 안 좋은 측면이며 우리가 사전에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서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다.
  • 2) 금융적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ICO 열풍에 버금가는 거품과 사고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기존 월가 중심의 금융에서 해왔던 위험도가 높은 기법들이 무분별하게 도입됨으로써 거품 경제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 3)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기존 금융권의 헤게모니와 게임의 룰을 잠식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잘 설계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대형서비스가 등장한다면, 기존 금융권이 느끼게 될 위협감은 상당할 것 같다.
  • 이런 측면에서 이 보고서에서는 디파이 기술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나) 기술 원형 측면에서 본 디파이(DeFi) 기술의 필수 요소

  • 기술의 원형(Stereotype) 측면에서 디파이 기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크게 다음과 같은 5가지, (1) 탈중앙화 메인넷, (2) 투명하게 공개된 스마트계약 코드, (3) 지갑, (4) 거버넌스 장치, (5) 탈중앙화 거래소로 구분해볼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요소 중 탈중앙화 메인넷과 스마트계약 코드는 디파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기술이다.

      a) 탈중앙화 메인넷

  • 첫 번째로 디파이(DeFi)란 Decentralized Finance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탈중앙화 금융'이라 번역할 수 있다. 애초 디파이의 정의에 '탈중앙화'가 들어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탈중앙화는 디파이를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이다. 탈중앙화라는 기술적 요소가 없다면 디파이는 성립할 수 없다.
  • 최근 탈중앙화되지 않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디파이를 표방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탈중앙화되지 않은 네트워크에서 시도되는 블록체인 금융은 '디파이'라고 부를 수 없다. 디파이에서 '탈중앙화'는 실질적으로 기존 금융과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 탈중앙화로 인해 금융에서 특권적 지위를 가진 관리 주체 및 보증 주체가 없어도 작동하는 금융, 즉 실질적으로 중개인 없는 혹은 중개인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금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 또한 디파이 서비스가 이더리움 위에서 가장 많이 시도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스마트계약을 지원하는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 이더리움이 가장 좋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비트코인은 아주 제한적인 스마트계약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디파이를 적용하기에 쉽지 않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b) 투명하게 공개된 스마트계약 코드

  • 두 번째, 통상 디파이 서비스는 탈중앙화된 메인넷 위에서 작동하는 스마트계약 코드가 투명하게 오픈되어 있다. 블록체인 산업에서는 프로젝트 주체가 깃허브(Github)에 소스코드를 오픈해 놓고 공개적으로 평가받거나 다른 개발자들의 자발적인 동을 유도하는 문화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기도 했지만, 깃허브가 아니어도 누구나 작동하고 있는 라이브 블록체인 데이터에 접근해서 해당 코드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금융 로직 자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 통상 기존 금융에서 돈을 예치하는 사람은 예치에 따른 계약 조건과 이자 등만을 고지 받는다. 금융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예치 받은 돈으로 어떻게 이자를 만드는지 등에 관한 정보는 돈을 예치한 사람들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그러나 디파이에서는 금융 작동 로직이나 이자율, 배분 조건 등과 같은 '계약'(Contracts) 내용들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누구나 이 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탈중앙화 메인넷과 투명하게 공개된 스마트계약 코드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만든다.
    • 금융 중개인의 코드화(비인격화)
    • '코드는 법이다'를 구현하여 변경할 수 없는 금융 로직을 실현
    • 금융 작동 로직에 외부 개입이 불가능함
    • 임의의 작동 중단이 불가능함(검열저항성)
    • 국가 규제기관의 허락 없이 글로벌 금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함

 

      c) 가상자산 지갑

  • 세 번째 기술적 요소인 가상자산 지갑은 디파이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서비스를 접하고 사용하는 접촉면,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는 측면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지갑의 사용성은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쉽게 접근하거나 익히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지갑은 디파이의 대중적 확산을 막는 큰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사용자들의 접촉면인 지갑 UI/UX의 불편함과 한계가 서비스 확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상세하게 다룰 것이다.

 

      d) 거버넌스 장치

  • 네 번째 기술적 요소인 거버넌스 장치 또한 디파이 서비스의 개선, 자기진화 및 장기지속을 위해 필수적인 장치이다. 거버넌스 장치란 추가 발행이나 소각과 같은 가상자산 관련 정책 변경, 블록체인 상의 정책이나 코드 수정, 오류 대응을 위한 코드 업데이트 등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고 이 의사결정을 집행하기 위해 특수한 권한을 작동시킬 수 있는 장치를 의미한다.
  •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상에 저장된 코드 그 자체는 변경이 불가능하다. 다만 기존 1.0 버전을 참조하던 것을 새로 업데이트된 1.1 버전을 참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이때 코드 1.0을 참조하던 서비스가 코드 1.1을 참조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있는 특수한 권한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이 특수한 권한을 관리하기 위한 거버넌스 기구를 둔다.
  • 물론 거버넌스 장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프로젝트도 존재하는데, 이 경우 오류가 발생하거나 심각한 어떤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혀 대처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서비스의 장기지속에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거버넌스 장치란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에서 어느 정도 필수적인 장치라고 보아야 한다.
  • 거버넌스 장치의 구체적인 모습은 다양할 수 있다.
  • 첫 번째 코드 전체를 수정할 수 있는 독점적인 마스터 계정을 두고 이 마스터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개인 또는 특정 조직이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권한이 특정 개인이나 소수에게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이것은 사실상 중앙화된 금융과 다를 바가 없다. 특히 기술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버넌스 장치를 코드화 하지 않고 특정인 또는 재단 등의 법적 기구에 사적 계약에 의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거버넌스 장치를 작동시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해당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언제든지 규약을 위반하거나 임의의 판단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화에 온전히 부합하는 거버넌스 장치라고 말할 수 없다.
  • 두 번째, 마스터 권한을 누군가 독점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합의에 의해 작동시키는 방법이 있다. 사전에 합의된 어떤 룰에 의해 일정한 수 이상의 개인들이 마스터 권한을 분점하고, 제시된 안건에 대해 사전에 약속된 임계점 이상의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제시된 안건이 합의된 그대로 자동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거버넌스 권한이 코드에 기반을 두어 탈중앙화된 형태로 작동하는 형태가 디파이의 철학과 서비스 구조에 맞는 제대로 된 거버넌스 장치일 것이다.
  • 그런데 이와 같은 거버넌스 장치를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제한된 구조 내에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해 거버넌스 장치를 작동시키고 있다. 예컨대 현재 디파이 서비스들에서는 거버넌스 토큰을 발행하고 토큰 보유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제공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충분히 발전된 방법론은 아니지만 탈중앙화된 환경에서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거버넌스 권한을 분산(탈중앙화)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e) 탈중앙화 거래소

  • 다섯 번째, 탈중앙화 거래소 역시 디파이 서비스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탈중앙화 거래소란 거래 내역 전체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인격이나 기관 없이 코드화된 룰, 예컨대 아토믹 스왑(Atomic swap, 67p 참조)과 같은 스마트계약에 기반을 두어 비인격적으로 작동하는 거래소를 의미한다.
  • 아토믹 스왑 이란 아토믹 크로스 체인 트레이딩(atomic cross chain trading)의 줄임말로 중앙화된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서로 다른 코인을 직접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2012년 다니얼 라리머(Daniel Larimer)가 아토믹 스왑의 원형이라 불리는 신뢰가 필요 없는 교환 프로토콜 P2PTradeX 방법론을 제시 하면서 탈중앙화 거래소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방법론인 아토믹 스왑 개념을 제시 했다. 2013년에는 티어 놀란(Tier Nolan)이 비트코인 토크 포럼에서 비슷한 개념을 제안했고, 2014년 코모도(Komodo)의 주요 개발자 'JL777'이 처음으로 아토믹 스왑 개발에 성공하여 같은 해 다니엘 라리머가 아토믹 스왑을 이용한 첫 번째 탈중앙화 거래소 비트셰어즈(BitShares)를 오픈했다. 이후 2016년 알렉산더 사샤 이바노프가 탈중앙화 거래소 웨이브즈(Waves)를 만들었고 그 뒤를 이어 여러 탈중앙화 거래소(DEX)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 그동안 탈중앙화 거래소는 시장규모가 작고 참여자가 적어 거래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고, 개인키를 잃어버릴 경우 모든 자산을 잃어버리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어 중앙화된 가상자산 거래소에 비해 초라한 수준으로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디파이 서비스의 등장 이후 유니스왑, 커브 파이낸스와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 7월 탈중앙화 거래소의 전체 거래대금이 약 43억2000만 달러(한화 약 5조2000억 원)에 이른 적도 있다.) 디파이 서비스는 탈중앙화 거래소가 없어도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보았을 때 탈중앙화 거래소가 디파이 서비스를 위한 필수적인 기술요소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탈중앙화 거래소는 개별 디파이 서비스들이 다수의 사용자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또한 손쉽게 다른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개별 디파이 서비스가 자신들만의 소규모 네트워크에 갇히지 않고 디파이 전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더불어 탈중앙화 거래소를 주축으로 여러 디파이 서비스들을 결합하거나 융합해서 파생상품을 만들거나 위험 분산(Risk Hedge)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 등을 출시하는 시도들도 진행되고 있어, 탈중앙화 거래소가 디파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 이와 다른 측면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고안하고 금융의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질 것 같았던 탈중앙화 거래소의 가치와 역할이 디파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탈중앙화 거래소의 현황, 장단점, 미래 모델 등도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 디파이(DeFi) 기술 등장이 금융 산업에서 가지는 의미

  • 2019년 헥슬란트 보고서에 따르면 DeFi와 기존 금융 시스템이 구별되는 요소는 ▲허가 ▲운영 주체 ▲중개인 ▲투명성 ▲검열 방지 ▲프로그래밍 가능 여부 등 총 6가지다. 즉 디파이는 허가를 해주는 대상이 없고, 운영 주체가 기존 금융 구조와 다르며 작동 로직이 투명하고 누군가 임의로 작동을 방해하거나 중단시킬 수 없다. 또한 '프로그래밍 가능 여부(Programmable)'라는 항목은 디파이에 고유한 것이라기보다는 디지털 금융이 가지는 일반적인 속성이다. 그리고 21세기에 이르러 금융 작동 방식이 다 디지털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기존 금융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서 금융 로직에 대한 신뢰 전체를 블록체인에 맡길 수 있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가 프로그램화될 가능성과 범위가 훨씬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디파이는 금융 로직에 대해 프로그램으로 구현 가능한 최대치의 시도를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다 근본적인 디지털 전환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 디파이 서비스들에서 시도되고 있는 이러한 새로운 요소들이 금융 산업에서 가지는 의미는 대략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a) 금융 관리 주체의 코드화를 통한 순수 디지털 금융의 탄생

  • 현재 디파이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완전히 디지털화된 금융 시스템의 초기 모델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전의 금융 행위가 사람 그리고 사람으로 이루어진 조직이 중개자로서 중개(또는 매개)로 이루어졌다면, 디파이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기술'이 매개체로 작동되는 금융을 의미한다. 즉 개인 또는 법인 등의 인격체가 금융 활동의 매개자로 작동하던 모델에서 비인격체인 '프로그램 코드로 구현된 프로토콜'이 매개하는 모델로 변화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오로지 디지털 기술로만 작동하는 순수한 형태의 디지털 금융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21세기에 이르러 디지털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금융 역시 상당 부분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변모되어 왔다. 지금까지 금융에 적용된 디지털 기술은 계약의 코드화와 집행의 자동화를 구현하여 기존 종이 기반의 금융 대비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지만 금융활동을 매개하는 중개인(인격체)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오히려 기존의 디지털 기술은 금융 중개인의 활동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 그런데 디파이는 계약의 코드화, 집행의 자동화에 더해서 금융 관리 주체의 코드화(비인격화)하여 금융 산업 전체의 디지털화를 온전하게 실현한다. 즉 금융 모델 설계, 개발 및 관리 기능을 구현하는 프로젝트 리더그룹은 존재하지만 전체 금융 프로세스가 작동하는 과정에서는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새로운 금융 모델들, 관리 주체가 코드화(비인격화)된 새로운 금융 모델들이 현실화 되는 중이다.
  • 관리 주체가 코드화(비인격화)됨으로써 크게 3가지 변화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금융 주체의 변화가 발생한다. 기존에 금융 주체란 국가 기관의 일부인 중앙은행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국가로부터 허가받은 금융기관들을 말한다. 그런데 디파이에서 금융의 주체는 기술이 결합된 일종의 글로벌 생태계로 존재한다. 즉 상시적으로 작동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그 위에 금융서비스를 구현한 프로젝트 리더그룹 그리고 이 금융 서비스에 참여하여 자산을 예치하거나 혹은 대출을 하는 금융 사용자들 모두가 디지털 금융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작동한다.
  • 기존 금융에서 소비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금융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존재였다면, 디파이에서 사용자들 특히 자산을 예치한 개인들은 디파이 생태계 자체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주체로 기능한다.
  • 이런 측면에서 거버넌스 토큰 등을 통해 사용자들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디파이 서비스의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새로운 금융 모델에 적합한 새로운 의사결정 시스템, 즉 거버넌스 장치를 구축하려는 실험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이와 더불어 금융 행위에 대한 책임자도 변하게 된다. 통상 디파이 서비스에서 금융 로직과 모델은 기술적으로는 코드 개발자들(프로젝트 창시자 또는 리더그룹)이 제안하고 개발 과정을 통해 실제 작동하는 금융 모델을 구현하지만 코드 개발자들은(적어도 현재까지는) 법적으로 이 금융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래서 해당 금융 모델이 실패하는데 따른 책임은 해당 금융의 생태계에 참여한 모든 개인들이 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거의 모든 디파이 서비스들은 서비스 진입 화면에 ‘(At your own risk(위험성을 알고 사용하라)'와 같은 경고 메시지를 노출하고 있다.

 

      b) 가상자산 산업에서 유동성 창출 모델 구현

  • 기존의 가상자산은 로직에 의해 발행량이 정해져 있기에 본원통화의 의미를 가지지만, 금융 활동의 중요한 부분인 유동성을 창출한다는 부분에서는 다소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디파이는 가상자산 산업에 기존의 금융로직을 적용함으로써 유동성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씩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그에 상응하는 가치의 유동성 자산을 만들어 시장에 유통될 수 있도록 한다든지, 가상자산 자산 보유자들이 자산을 디파이 시스템에 예치하고 예치금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대출을 실행해서 이자를 받는다든지, 탈중앙화 거래소에 특정 코인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 공급의 대가(보상)를 받는다든지, 다양한 디파이 상품들의 거래 차익을 한눈에 보고 손쉽게 차익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이를 기반 으로 여러 가지 디지털 자산을 조합하여 파생상품을 만들어 추가적인 유동성을 창출한다든지 하는 모델들은 기존 금융이 고정된 가치의 자산을 기반으로 수배 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유동성을 창출해왔던 방법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디파이는 가상자산 산업이 기존의 금융이 해왔던 금융 활동들과 비슷한 모델을 구현하고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즉,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이 거대한 글로벌 금융 서비스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c) 새롭고 파괴적인 금융 모델의 등장

  • 디파이 서비스의 다양한 모델들이 가상자산 산업 내에서 기존의 금융과 비슷한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기존 금융 산업의 구조와 전혀 다른, 기존 금융 산업의 입지를 파괴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모델이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존하는 기술적 단점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자산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디파이는 현재 은행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도 있다. 보험 역시 계약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측면에서 P2P 기반의 디파이 모델에 의해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디파이는 비트코인에 이어 블록체인 기술 및 가상자산 산업이 기존 금융에 던지는 두 번째 충격파가 될 것이다.

     d) 오픈소스 기반 투명한 금융 산업의 등장

  • 기존 금융은 금융 소비자의 입장에서 많은 부분들이 일종의 '블랙박스'처럼 작동해 왔다. 기존 금융에서 소비자들은 거의 대부분 본인과 관련된 이자율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고, 그 뒤에 자금이 어떤 경로로 흘러 얼마의 수익을 내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기존 금융은 중개인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운영권 또한 독점하고 있고, 이러한 정보 비대칭은 금융사와 소비자 간에 압도적인 비대칭적인 권력구조를 만들었다. 실제 금융 소비자들은 금융을 조달해주거나 사용하는 핵심적인 활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생태계 내에서는 아주 전형적인 을의 입장에 서 있게 된 것이다.
  • 그러나 디파이는 로직을 구현한 소스코드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고 해당 코드는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임의의 코드 변경이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디파이 생태계의 일부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존재들이다. 또한 거버넌스 기구를 도입한 프로젝트들은 거버넌스 기구를 통해 코드나 정책을 변경한 기록들이 투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아주 투명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하여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오픈소스에 기반을 둔 투명한 금융 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e) 규제기관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 글로벌 금융서비스의 등장

  • 적어도 현재까지 디파이는 금융 감독기관 등의 규제 외부에서 작동한다. 디파이 프로젝트 주체들은 금융 감독 기관의 허락을 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금융 감독 기관들도 디파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 아직 적절한 방법론을 만들지 못했다.
  • 또한 금융 감독 기관들이 의지를 가지고 접근한다고 해도 디파이는 탈중앙화 네트워크 위에서 코드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것을 규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ICO는 ICO를 수행하는 주체들의 법적 등록지에서 규제나 관리를 하면 되기 때문에 제한적으로나마 관리감독이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디파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개발된 코드(소프트웨어)만 등록하면 작동한다. 프로젝트 팀들이 법인을 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법인을 세워야 할 이유도 없다
  • 게다가 디파이는 이더리움같이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글로벌 서비스다. 국경을 구분하거나 서비스에 대한 관할 국가를 특정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그러하기에 어떤 특정 나라에서 서비스에 대한 인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어색한 측면도 있다.
  • 기존 핀테크 회사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의 규제 기관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부분의 규제 기관들은 디지털 환경에 기반을 두어 새롭게 등장한 금융 기술, 기법, 모델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규제 기관들은 그 역할과 구조상 상당 부분 기존 금융 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기에, 새로운 금융 시도들은 까다로운 규제와 감독에 의해 지연되거나 차단되는 것이 다반사다. 이와 대조적으로 디파이는 기존 규제 기관의 허가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기존 금융 산업이 만들어 놓은 높은 규제 장벽에 신음하던 핀테크 업체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 이러한 현상은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는 각국 및 글로벌 규제기관 그리고 금융시스템에 커다란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f) 멈추지 않는 금융시스템

  • 기존의 금융은 관리 주체들이 언제든지 작동을 중지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금융은 대중들에게 블랙박스처럼 작동한다. 그 안의 실제 룰은 운영 당사자들만 알고 있으며, 금융 산업에 인공지능(AI)이 적용되면서 심지어 당사자들조차도 구체적으로 모르는 금융 로직들이 작동하는 중이다. 그리고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한을 가진 개인이나 조직, 또는 외부의 강제력에 의해 금융 활동이 임의적으로 룰이 변경되거나 왜곡되거나 심지어 금융 활동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언제든지 존재한다.
  • 작동이 중지되는 원인은 정치권력의 강제력일 수도 있고 금융위기로 인한 금융 조직의 붕괴(파산 등) 때문일 수도 있고, 최고 경영진들의 의도적인 부도일 수도 있다. 기존의 금융은 언제든 어떤 계기로든 중단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한다. 역사적으로도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통해서, 기존 금융시스템은 경제위기를 통해 주기적으로 강제청산 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 행위의 작동 중단 위험은 현대 금융에서 근본적으로 존재하는 위험 요소다.
  • 그런데 디파이는 금융 로직을 담은 코드가 탈중앙화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누군가 임의로 작동을 멈출 수 없다. 디파이 서비스를 멈출 수 있는 경우는 거버넌스 기구를 통한 생태계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서비스를 중단 시키는 경우, 그리고 참여자 모두가 자산을 인출하여 잔고를 0에 가깝게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참여를 그만두는 경우이다. 즉 생태계 외부의 힘이 서비스를 중지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 어떤 이유로 일부가 이탈하고 일부의 참여자들만 존재하더라도 이 로직은 계속 작동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참여자가 모두 인출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디파이는 금융 서비스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작동을 멈추게 된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일부라도 프로젝트의 지속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유지하는 경우 이 서비스는 멈추지 않는다.
  • 멈추지 않는 금융 시스템이라는 콘셉트는 인류가 처음 접하는 것이기에,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전혀 별개로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 시스템의 작동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나서야 그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의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디파이가 작동하면서 일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작동한다는 측면에서(금융을 강제로 작동 중지시킬 외부의 힘이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이 금융에 대한 개인들의 신뢰는 기존 금융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g) 허가 없이 작동하는 결합성이 극대화된 금융

  •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디파이 시장의 특징은 디파이 생태계 내에서 전례 없는 합성과 결합 또는 융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토큰들의 상호운용성 (interoperability) 및 결합성(Compassability)을 확보하려는 노력들은 다니엘 라리머가 빗쉐어즈(Bitshares)에서 처음으로 구현한 아토믹 스왑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후 재미교포 재권(Jae Kwon)이 이끄는 코스모스는 블록체인의 인터넷(Internet of Blockchain)을 표방하며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인터체인(Interchain)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인터체인 프로젝트의 후속으로 한국의 아이콘(Icon)과 폴카닷(Polkadot) 등이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프로토콜 레벨에서 상호 연동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인터체인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 생태계가 궁극적으로 풀어야할 문제에 정면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성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더리움 플랫폼 내에서 상당한 수준의 상호운영성이 구현되고 있다. 그것은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들이 이더리움 네트워크 내에서 발행된 것이고, 또한 ERC-20이나 ERC-721, ERC-223 등과 같은 사실상 표준에 준하는 이더리움 프로토콜들을 응용해서 만들어진 프로젝트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플랫폼 상에서 작동하는 스마트계약에 따라 토큰들이 결합되기 때문에, 인터체인 프로젝트와 같이 이기종 네트워크를 연결하려는 프로젝트보다 훨씬 쉽고 보안 이슈도 상대적으로 적다.
  •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 활용되었던 종이 기반의 금융은 데이터를 분할하거나 합치는 작업 자체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유로운 결합이나 조합을 만들기가 대단히 어려웠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러나 금융 데이터 자체가 디지털화되고 이에 대한 처리 방법도 디지털화되면서 이미 모듈화된 기능을 가져다가 레고처럼 조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베의 창업자인 스타니 쿨레초프(Stani Kulechov)는 이것을 '머니 레고(Money Lego)'라고 명명하면서, "디파이는 기존 상품 위에 새로운 상품과 도구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생태계가 하나의 '머니 레고(Money legos)' 시스템으로 통합되고 있다"
    고 평가했다.
  • 더구나 디파이 서비스는 해당 로직을 담은 프로토콜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해당 프로토콜의 기능을 가져다가 자신의 서비스에 접붙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허가를 받을 필요조차 없기 때문에 더더욱 자유롭게 다양하고 과감한, 그리고 종종 무책임한 방식의 결합과 융합이 실행되는 중이다.
  • 이러한 결합성은 디파이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 확대될 디지털 자산 산업 나아가 디지털 금융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특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앞으로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는 작은 서비스 여럿이 서로 연결되고 조합되는 폭넓은 결합성을 가질 여지가 있다. 디파이가 그 전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 과연 이 상호 조합 가능성은 좋은 특징일까? 아니면 큰 부작용이 예상되는 나쁜 특징일까? 정확히 답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결합성으로 인해 서로 연결된 서비스들이 어떤 사고나 외부 충격에 의해 일시 붕괴되는 확률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두 번째 문제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먼저 이와 같은 특징들이 디파이 산업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이러한 자유로운 결합이 가지는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디파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상과 그 배경을 잘 이해한다면 미래의 디지털 금융, 미래의 디지털 자산 관리와 관련된 산업을 보다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3) 디파이(DeFi) 유형별 구조

  • 디파이 서비스는 비슷한 기능 및 서비스에 따라 몇 가지 유형별 그룹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리서치 기관 더 블록(The Block)에서는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만들어진 디파이 서비스들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 그런데 이 유형들은 절대적인 구분이 아니다. 하나의 디파이 서비스에 여러 모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각 모델들도 여러 가지 서비스와 결합된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 많다보니 유형을 딱 잘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또한 디지털 금융의 뛰어난 결합성과 오픈소스의 자유로움을 적극 활용하여 서로 기능들을 따라하고 있기에 모델 상의 차이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 한편 서강대 윤석빈 교수는 보다 구조적인 분류 기준을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구분한 바 있다.

  • 위 분류는 단계별 레이어에 관련 핵심 서비스들을 묶어두었기에 더 직관적으로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파이 산업에서 각 서비스들이 새롭고 가능성 있는 서비스 모델을 활발하게 결합하고 조합하고 기능을 복사하여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기준으로 유형을 구분하는 것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예컨대 지갑 서비스인 메타마스크(MetaMask)는 향후 토큰 스왑을 지원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지갑 내에 탈중앙화 거래소가 내장되기 때문에 메타마스크를 단순한 지갑으로만 분류할 수 없게 된다. 이건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현재 실제 살아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들이 활발하게 기능을 복사하고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별 구분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 그래서 여기서는 서비스별로 구분하기보다 보다 근본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그것은 크게 가) 본원 통화를 관리하는 플랫폼 부분, 나) 본원통화를 유동화하는 부분, 다) 유동화된 자본을 금융 상품화하는 부분, 라) 여러 가지 금융기법과 기술들을 적용하여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부분, 마) 사용자들에게 접점(User Interface)을 제공하는 부분, 바) 금융상품의 자산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모델(리스크 헷지 모델), 사) 전문화된 파생상품을 다루는 모델, 아) 기타 디파이를 활용한 응용서비스들로 구분해볼 수 있다.

    가) 디지털 본원통화를 저장 및 관리하는 기술

  • 블록체인에서 본원통화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프로토콜에서 거래 검증에 대한 보상으로 채굴자들에게 지급되는 프로토콜 자체의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법정화폐를 의미한다. 법정 화폐와 연동되어 발행하는 USDT 등의 스테이블코인도 가상자산 산업에서는 본원통화의 범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이른바 '디지털 본원통화'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디파이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반의 본원통화가 존재하지 않으면 디파이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들 디지털 본원통화들은 디파이의 Layer 0에
    해당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나) 디지털 본원통화를 유동화하는 기술

  • 디파이의 또 다른 유형은 비트코인과 같이 이미 시장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가상 자산을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 예치하고, 예치된 가상자산의 시장가치에 상응하는 별도의 가상자산을 발행함으로써, 현재 존재하는 자산을 그대로 묶어둔 채 그만큼의 시장가치를 갖는 화폐를 추가 발행함으로써 유동성을 만들어내는 모델이다. 즉 이더리움이라는 본원통화에 기반을 두어 본원통화 가치만큼의 추가 가치를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유동화한 것이다.
  • 또한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을 활용해 비트코인을 유동화 하는 모델도 등장했다. 이 모델은 비트코인을 다량 보유한 이들이 제법 있지만, 비트코인을 단지 보유만 하고 있을 뿐 해당 가치를 시장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방법은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보안과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해당 가치에 준하는 만큼의 가치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프로그램 가능한 화폐(Programmable Money)'를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비트코인의 가치를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으로 가져와 스마트계약 기반의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 이런 방식으로 유동화된 가상자산을 합성자산(Synthetic Asset)이라고 부른다. 흥미롭게도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있는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 10배나 많은 비트코인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이더리움 상에서 토큰화된 비트코인의 전체 수량은 https://btconethereum.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더리움에 비트코인을 예치해놓고 예치된 만큼의 유동성을 활용하는 모델은 디지털 자산 수탁 및 보안 전문업체인 빗고(BitGo)가 출시한 WBTC로부터 시작되었다. WBTC는 Wrapped Bitcoin의 줄임말로, 2018년 10월에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 후 2020년 1월 1일 첫 코인을 발행했다. WBTC는 비트코인을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맡기고 발행된 WBTC는 컴파운드를 통해 대출을 받거나 메이커다오에서 DAI를 발행하거나 신세틱스에 예치해서 이자 보상을 받을 수 있다. WBTC는 아토믹 스왑 기술을 활용하는데, 실제 발행과 수탁은 중앙화된 수탁업체 빗고가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WBTC는 완전한 디파이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WBTC가 탈중앙화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자, 탈중앙성을 강화한 renBTC, tBTC, pBTC 등이 출시되었다. renBTC는 렌브이엠(renVM)이라는 다크노드 기반의 합의네트워크가, tBTC는 여러 명이 공동으로 만든 멀티시그(Multi Signiture) 지갑에 BTC를 예치하고 멀티시그 지갑에 참여한 어떤 개인이 잘못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비트코인 수탁과 발행에 있어서 탈중앙성을 강화했다. pBTC는 MPC(Multi-Party Computation) 기술을 이용해 탈중앙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pBTC는 이더리움 이외에 EOS에서도 작동한다. 이 외에도 mBTC、sBTC、BTC++ 등 다양한 모델들이 존재한다.)

    다) 유동화된 가상자산으로 금융 서비스를 작동시키는 기술

  • 디파이 구조의 가상자산 대출 모델은 메이커다오로부터 시작되었다. 담보를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는, 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메이커다오는 개인들이 메이커다오 플랫폼에서 CDP(Collateralized Debt Position)를 개설하여 가상자산을 담보로 넣은 후 USD에 연동되어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 DAI를 발행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CDP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건 사용자에게 DAI를 제공하는 스마트계약으로,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누구나 DAI를 발행할 수 있다. (가상자산 지갑을 통해 예치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 과정에 고객신원확인(KYC) 등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담보로 잡힌 가상자산들은 대출된 DAI가 상환될 때까지 에스크로를 통해 보관되며, 대략 담보 가치의 60% 정도까지 DAI를 발행할 수 있다. 만약 담보로 맡긴 가상자산의 가치 변동으로 담보가치가 줄어들면 CDP가 담보를 자동으로 청산하여 자산 가치를 보호한다. DAI는 현재 디파이 산업 내에서 여러 스테이블코인들 사이의 기축통화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 이후 담보 풀에 담보를 제공하고 타인에게 대출을 해준 후 대출 이자를 나눠 갖는 모델, 거래를 촉진하는 유동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모델, 다양한 디파이 상품들의 대출 이자, 여러 스테이블코인들의 가격 차이 등을 비교하고 자동으로 차익거래를 실행하는 모델 등 다양한 금융 기법과 모델들을 구현한 기술 들이 등장했다.

    라) 탈중앙화 기반의 가상자산 거래 관련 기술

      a) 탈중앙화 거래소 구축 관련 기술

  • 디파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토큰을 거래하려면 대부분 중앙화 가상자산 거래소(CEX, Centralized Exchange)를 거쳐야 했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중앙화 거래소는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유동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주었고, 또한 의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시장 조성자(Market Maker) 기능을 수행하면서 사용자들이 원할 때 바로 매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이러한 시장 조성 행위를 유동성 공급이라고도 한다. 반면 2018년 즈음까지만 해도 탈중앙화 거래소는 사용자가 적었고 유동성을 공급해줄 방법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즉 원
    하는 시점에 거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주는 '시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못한 것이다.
  • 그런데 유니스왑(Uni swap, 165p 참조)이 탈중앙화 거래소(DEX, Decentralized Exchange)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중앙화된 거래소는 통상 살 사람과 팔 사람이 서로 가격을 제시하는 호가창과 그런 호가들을 모아놓은 오더북을 기본으로 작동한다. (호가창/오더북 구조는 살 사람과 팔 사람이 서로 가격을 제시하고 매수자와 매도자를 매칭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매수자와 매도자 숫자가 많지 않고 거래물량이 많지 않으면, 즉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으면 매도 가격과 매수 가격이 근접하지 않아 거래가 잘 발생하지 않는 단점이 존재한다.
  •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니스왑이 제시한 방법은 기존 중앙화 거래소와 달리 호가창/오더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유니스왑이 제시한 방법은 유동성 공급자들이 거래가 될 A와 B 두 개의 코인에 대해 현재 시점 기준 가격으로 같은 값어치의 토큰 량을 유니스왑의 유동성 풀에 넣어놓고, 누군가 거래를 요청하면 유동성 풀에 있는 토큰을 즉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로 거래가 체결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거래 수량이 유동성 풀에 저장되어 있는 토큰 수보다 적다면, 사용자가 매수를 하던 매도를 하던 교환(swap) 버튼을 누르자마자 거래가 체결된다. 유동성 공급자는 유동성을 공급한 대가로 거래 수수료와 이자(UNI 토큰)
    를 받게 된다. 이 과정은 유동성 공급자가 풀에 코인을 넣은 시점부터 자동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유니스왑은 Automated liquidity protocol(자동화된 유동성 공급 프로토콜)이라 불리고 이와 같은 유동성 공급 방법을 AMM(Automated Market Maker)이라고 한다.

  • 유니스왑과 같은 모델에서는 누구나 유동성 공급자가 될 수 있다. 유니스왑은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자본을 투입한 것이 아니라 게임이론과 인센티브 구조를 활용해서 다수의 개인들이 유동성 풀을 만드는 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즉 유니스왑은 탈중앙화된 상태로 존재하는 다수의 개인들이 탈중앙화 거래소에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제공함으로써, 탈중앙화 거래소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 유니스왑이 등장한 이후로 스시스왑부터 수십 개의 유사한 스왑 서비스가 등장했다. 유니스왑은 그 동안 기술적 가능성만을 증명하는 프로토타입 수준으로 남아 있던 탈중앙화 거래소를 산업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b) AMM(Automated Market Maker, 자동화된 시장 조성자)

  • 아토믹 스왑이란 중앙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두 개의 토큰을 직접 교환하는 것이다. 아토믹 스왑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가 있어야 한다.
    • a. 교환될 토큰 A
    • b. 교환될 토큰 B
    • c. 교환 기준 가격
  • 교환될 토큰 A, B는 거래할 사람들이 마련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교환 기준 가격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두 개의 토큰을 거래(교환)하려면 어떤 방법으로 기준가격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두 고객이 서로 대면 거래를 하거나 온라인으로 대화를 통해 거래한다면 서로 가격을 협상해서 정하면 된다. 그런데 거래소는 익명의 공간에서 다수의 개인들이 원할 때 상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즉 거래 의사를 가진 개인들이 거래를 할 때마다 매번 가격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어떤 기준에 의해 시장 가격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서 탈중앙화 거래소가 작동하려면 언제든 원하는 코인을 거래할 수 있도록 토큰 A와 토큰 B가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이 쌓여 있어야 하고(유동성 확보), 또한 이 둘을 거래할 때의 기준 가격도 신뢰성 있는 수준으로 마련(거래 기준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기존의 탈중앙화 거래소는 이것을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했다.
  • 중앙화 거래소(CEX)에서는 이 문제를 토큰 발행사가 자금을 동원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는데,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중앙화 거래소가 사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유니스왑은 유동성을 만드는 방법으로 유동성 풀에 거래될 토큰 쌍(A와 B)을 해당 시점 기준 동일한 가치만큼의 수량으로 예치하도록 하고, 예치한 이들에게 인센티브(거래 수수료 및 일정기간 UNI 토큰 지급)를 제공하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거래 기준가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탈중앙화 거래소가 흔히 채택하는 방법론이 AMM을 도입하는 것이다.
  • AMM이란 Automated Market Maker의 줄임말로, 자동으로 시장 기준가를 생성하는 방법론이다. AMM에는 CSMM(Constant Sum Market Maker), CCMM(Constant Mean Market Maker), advanced Hybrid CFMM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 초기에 제시된 AMM 모델은 유니스왑에서 채택한 CPMM(Constant Product Market Maker)이다. CPMM은 x*y=k 공식(k는 상수)을 바탕으로 각 토큰의 수량(유동성)에 따라 두 토큰의 기준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로직의 핵심은 x의 수요가 늘어나면 x의 가격이 올라가고 y의 수요가 늘어나면 y의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다. 거래가 발생하는 순간 x의 가격은 일시적으로 올라가지만, 다른 거래소와의 가격 차이가 크면 그 차익을 노리고 외부에서 x물량이 유입된다. 반대로 y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되면 y에 대한 매수세를 불러오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거래 대상이 외부 거래소의 평균 가격에 수렴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CPMM은 이러한 방식으로 탈중앙화거래소에 유동성과 시장 가격을 제공한다.
  • 그런데 여기 몇 가지 허점이 존재한다.
  • 첫 번째 CPMM 로직으로는 현재 화면에 제시된 가격으로 거래를 할 수 없다.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내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거래가 되기를 기다리는 '고정가' 거래는 불가능하고 오로지 '시장가' 거래만 가능하다. CPMM에서 거래 가격(시장가)은 거래가 발생하는 순간에 자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는 정확한 거래 가격도 알 수 없다. 이것을 슬리피지(Slippage)라고 부른다. 슬리피지란 사용자가 매도할 때 유동성이 부족한 이유로 시장 가격보다 다소 낮은 금액으로 팔리거나 매수할 때 예상보다 높은 금액대로 구매가 체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 두 번째 단위 거래당 구매 물량이 많을수록 가격 변화율이 커진다. 즉 일시적으로 큰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장가격이 1 ETH = 100 DAI에 형성되어 있고, 유동성 풀에 100 ETH와 10000DAI가 예치되어 있다고 가정했을때, 누군가 한번 거래로 1 ETH(예치 량의 1%)를 사려면 101.01DAI를 지급(교환 비율 : 101.01)해야 하는데, 만약 한번 거래로 2Eth(예치 량의 2%)를 사려면 104.08DAI(교환 비율 : 102.04)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한번 거래로 10 ETH(예치 량의 10%)를 사려 한다면 1 ETH 당 111.11DAI를 지급해야 한다. 거래가 발생하는 순간 시장가격 대비 무려 11% 이상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CPMM 구조에서 거래를 하려면 작은 물량으로 여러 번 쪼개서 거래하는 것이 보다 저렴하고, 가능하다면  한번 거래 후 기다렸다가 유동성이 어느 정도 다시 찼을 때 거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렇다보니 CPMM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SMM(Constant Sum Market Maker), CMMM(Constant Mean Market Maker), advanced Hybrid CFMM 등의 알고리즘들이 제시되고 있다.
  • 세 번째, 거래소에 예치된 물량이 적을 경우 즉 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하면 가격 변동이 가파르게 일어난다. 1백만 ETH가 예치된 시장에서 10 ETH(예치 량의 0.001%)를 움직이는 것과 1천 ETH가 예치된 시장에서 10 ETH(예치 량의 1%)를 움직이는 것을 비교해보면 전자의 경우 100.01DAI의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반면 후자는 101.01DAI의 가격에 거래가 체결된다.
  • 네 번째, 바로 위와 같은 특성 때문에 슬리피지를 노린 금융 공격에 취약하다.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할 플래시론(Flash Loan, 101p 참조) 공격의 핵심은 바로 이 급격한 가격변화율을 이용하는 것이다. 플래시 론에서 대량의 토큰을 빌린 후 이를 다른 디파이 서비스에서 팔아 일시적으로 해당 토큰 가격을 떨어뜨리고, 즉시 가격이 떨어진 토큰을 대량 구매한 후 플래시 론에서 빌린 토큰을 갚고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 이런 측면에서 '개별 디파이 서비스 내부에서 일시적으로 또는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가격 변동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디파이 생태계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탈중앙화 거래소 Mesa는 일정시간 동안 주문을 모아 구매자들끼리 서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모든 구매자가 최적의 구매가격으로 토큰을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였고, 신세틱스는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퀀타(Kwenta)를 오픈했는데, 퀀타는 신세틱스가 제공하는 유동성의 크기만큼 적은 물량에 대해선 현재 시장 가격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오라클 서비스인 체인링크(ChainLink, 79p 참조)를 활용하여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있다.

    마) 탈중앙화 기반의 가상자산 거래 관련 기술

  • 가상자산 거래소와 지갑은 사용자들에게 디파이 서비스의 접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중앙화된 거래소와 탈중앙화된 거래소의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중앙화된 거래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달러나 원화와 같은 법정화폐와 가상자산 생태계를 연결하는 것이고, 탈중앙화 거래소는 사용자들에게 이더리움이나 또 다른 디파이 서비스 토큰을 교환하고 사거나 파는 공간을 제공한다.
  • 가상자산 지갑 역시 사용자들에게 디파이 서비스와의 접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갑은 메타마스크나 트러스트 월렛(Trust Wallet)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통상 디파이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은 본인이 사용하는 지갑에 계정을 만들고 해당 계정에 자금을 넣은 후, 특정 디파이 서비스와 연결하여 계약에 따라 작동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서비스의 특징과 성격에 따라 사용자가 언제든 예치를 풀 수 있는 모델도 있고, 일정 기간 또는 특정한 계약 조건이 만족되면 예치가 자동으로 풀리는 모델도 있다.

    바) 디파이(DeFi) 자산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모델(리스크 헷지 모델)

  • 디파이 분야에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논의되는 보험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블록체인 기반의 P2P 금융 환경을 이용해 개인들 사이의 상호부조 성격을 가진 보험을 구현하려는 시도들이고, 다른 하나는 디파이 서비스에 대한 해킹이나 보안 결함 등, 디파이 서비스가 겪게 되는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보험을 구현하려는 시도들이다.
  • 첫 번째 모델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을 디파이 환경에서 구현한 것으로, 2017년 블록체인 응용 어플리케이션 보험 모델을 시도한 프로젝트들이 몇 가지 있었다. 이 프로젝트들은 기존 개인 보험과 비슷한 구조로 P2P형태를 구현하여 기존 보험사를 대체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모델들이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졌다.
  • 두 번째 모델은 디파이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 해킹, 보안 결함으로 인한 사고, 금융 로직을 이용한 공격이나 혹은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금융사고 등에 대한 위험관리(리스크 헷지) 방안으로 제시되는 모델로,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대표적인 서비스가 넥서스 뮤추얼(Nexus Mutual)이다. 넥서스 뮤추얼은 2018년 스마트계약 결함 및 사고와 관련된 보험을 출시했는데, 2020년 들어 디파이 서비스들이 성장하면서 넥서스 뮤추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넥서스 뮤추얼 사용자들은 다른 서비스의 스마트계약 결함으로 인한 피해를 커버할 수 있게끔 보험 상품을 직접 커스터마이징(주문 제작)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36) 스마트계약에 대한 위험도는 NXM 토큰 보유자들이 판단하고, 보험료는 위험도에 따라 정해지며, 자체 토큰인 NXM으로 지불된다. 2020년 2월 bZx에서 가격 조작으로 인한 탈취사건에 대해 넥서스 뮤추얼이 보상을 지급한 바 있다.37) 이것이 디파이 프로젝트 대상 피해보상을 진행한 첫 번째 사례다.38)
  •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사용자들이 풋옵션과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오핀(Opyn)과 같은 보험 상품도 등장했다. 오핀에서 유니(UNI), 컴파운드(COMP) 등 특정 디파이 가상자산의 풋옵션을 사게 되면, 이후 만약에 해킹이나 먹튀 등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가상자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풋옵션을 행사함으로써 일정 가격에 해당 가상자산을 팔 수 있다. 오핀이 제공하는 보험 서비스는 디파이 서비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술적, 재정적, 시스템적 문제들 즉 해킹이나 뱅크런 같은 모든 사고들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오핀에 예치되는 금액도 2020년 7월 초 93만 1538달러에서 12월 2일 기준 156만 8600달러(한화 약 18
    억 3000만원)로 크게 증가했다.
  • 이외에도 연파이낸스, 엄브렐러 프로토콜(Umbrella Protocol) 등 새로운 보험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연파이낸스에서 만든 탈중앙화 보험인 yinsure.finance는 연파이낸스를 비롯해 아베, 밸런서, 컴파운드, 커브, 신세틱스를 지원한다. 엄브렐러 프로토콜은 얌 파이낸스가 테스트 중인 보험 프로토콜이다.

    사) 파생상품 관련 기술

  • 디파이 구조를 이용해 탈중앙화된 선물, 옵션, 합성자산 등을 만드는 파생상품 관련 서비스도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디파이에서 만들어지는 파생상품은 일반적으로 전통금융에서 사용되는 기법들과 유사하다.
  • 대표적인 파생상품 서비스로 신세틱스가 있다. 신세틱스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산을 발행하기 위한 탈중앙화 프로토콜로, 2017년에 출시되었다. 신세틱스는 전통금융에서 사용하는 합성거래기법(synthetics)을 활용해 '합성자산' (synthetic asset)을 생성하는데 이는 해당 자산(=기초 자산)의 현물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자산의 가격 변동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자산에 신세틱스의 s를 붙여 발행된 sBTC, eETH 등 새롭게 발행된 토큰들은 각각에 대응하는 기초 자산의 가치를 따라 움직인다. 신세틱스는 가상자산 외에도 금, 은, 원자재 등의 상품과 달러, 엔화, 유로 등 법정화폐, 니케이지수,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index)지수 등도 토큰화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컴파운드, 메이커다오, 카이버네트워크 등 디파이 토큰 바스켓을 추종하는 디파이 인덱스 토큰 sDEFI도 출시했다.42) 신세틱스에서는 누구나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 또 다른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MCS(MyCoinStory)는 2020년 9월 트론(TRON) 프로토콜 기반 디파이 프로젝트 SUN에 대한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또한 MCS는 2020년 10월 23일 클레이튼(Klaytn)의 클레이(KLAY) 무기한 계약 상품과 테라(Terra)의 루나(LUNA) 선물 파생상품도 출시했다.

    아) 기타 디파이(DeFi) 응용 서비스

  • 그 외에도 예측 결과에 자금을 베팅하는 Augur나 Foundry와 같은 예측 시장 서비스, 지급 결제를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 자산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응용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